1편을 읽은 뒤 다른 책을 읽고 2편을 읽을까 고민하다가 2편이 눈에 아른거려서 결국 바로 2편을 잡았다. 자기 전에 한두 챕터 정도 읽었는데 1권보다 자극적인 이야기가 많아서 여운이 크게 남은 적도 꽤있었다. 1권 보다는 예상할 수 없는 전개가 많았고 수위가 높은 장면도 많았다. 1권은 선자와 선자의 남자들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다면 2권은 선자의 자식인 모자수와 노아 그리고 모자수의 자식 솔로몬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양진과 훈이에서부터 시작된 이야기가 선자를 거쳐 선자의 자식과 손주의 이야기를 읽고 있을 때면 선자의 부산 영도에서의 생활이 떠오르곤 하였다. 모자수와 노아는 일본에서 태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조선인 취급을 받았다. 그들은 차별에 대해 대조적인 대응방식을 취한다. 노아는 형답게 의젓하다. 내가 실수하면 온 조선인 전체가 욕을 먹는다고 생각하고 항상 모범적으로 행동했다. 학교에서는 공부를 제일 잘했고 학교가 끝나면 곧장 집으로 와서 숙제를 하고 동생의 공부도 봐주었다. 한편 모자수는 어릴적부터 공부하기를 싫어했다. 학교에서도 맨 뒷자리에 앉아 시간을 보내는 학생이었다. 일본 학생들은 그런 모자수를 종종 괴롭히곤 했는데 그럴때마다 모자수는 아이들을 흠씬 두들겨 패주었다. 모자수는 덩치가 좋은 아이였다.
노아는 공부를 열심히하여 결국 명문 와세다 대학에 입학한다. 선자는 기쁘면서도 등록금 걱정을 안 할 수 없었다. 한수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지만 분명 그러면 안될 것이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았다. 하지만 별 수 있겠는가, 결국 선자와 노아는 한수에게 돈을 갚겠다고 하고 돈을 빌린다. 한수는 본처 사이에 딸 셋이 있었으나 노아를 더 생각했다. 딸들은 공부에 관심이 없었으나 노아는 자신을 쏙 빼닮았고 모범적인 아이였기 때문이다. 한수는 그런 노아를 위해 전폭적인 지원을 보내준다. 등록금은 물론이고 방도 넓고 좋은 곳으로 구해주었고 노아에게는 모든 지식을 배우라고 만 한다. 모든게 좋아보이던 이 동행도 오래가지 못하고 꼬리가 밟히고 만다. 노아는 대학교에서 여자친구를 사귀게 된다. 여자친구는 노아를 무척 좋아했다. 여자친구는 가끔 선을 넘고는 하는데 예를 들어 자신의 부모가 조선인을 차별하지만 자신은 신경쓰지 않는다는 말을 조금 자주한다. 노아는 단지 한 명의 인간이길 원하는데 여자친구가 자신은 차별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뿌듯해 생각하는 것에 대해 불편함을 느끼곤 한다. 노아는 매 달에 한번 한수와 식사를 한다. 여자친구는 노아의 가족을 궁금해 했고 자신도 가면 안되냐고 졸랐다. 노아는 거절했으나 기어코 여자친구는 식사자리에 대뜸 나타난다. 식사를 마치고 노아는 서운한 감정이 폭발하며 여자친구와 싸운다. 싸우던 중 결국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알아버리고 만다. 여자친구는 보자마자 한수가 노아의 아빠라는 사실을 깨달았고 노아에게 말한다. 노아는 곧장 기차를 타고 엄마를 보러간다. 선자는 올것이 왔다는 것을 깨닫는다. 한수의 도움을 받은 것을 후회하면서도 자신은 어쩔도리가 없었다고 생각한다. 노아는 자신의 아버지가 야쿠자 두목임을 깨닫고 심한 배신감을 느낀다. 그동안 올바르게 살려고 노력한 것들이 산산조각났기 때문이다. 노아는 와세다대학을 자퇴하고 부모와 연을 끊고 다른 지역으로 떠나버린다. 한편으로는 왜 저렇게 까지 고지식하게 행동하는지 이해할 수 없지만 그것이 그동안 노아를 이끌던 원동력이기에 이해가 안가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 모자수는 본격적으로 파친코 사업에 뛰어들 준비를한다. 파친코는 도박이다. 파친코 사장 고로의 눈에 띄어 수습부터 시작하여 후에는 고로의 자리까지 도달하게 된다. 모자수는 근면성실하게 파친코를 운영하였고 막대한 부를 축적한다. 그리고 수선집 종업원 유미와 눈이 맞아 결혼을 하고 솔로몬이라는 아이를 낳게 된다. 한편 선자는 노아를 찾기 위해 한수를 찾아간다. 한수도 물론 노아를 찾고있었지만 노아가 흔적을 다 지우고 사라진 탓에 찾는데 오랜 시간 걸렸다. 노아는 한수에게 진 빚을 갚기 위해 파친코 사업에 발을 들이게 된다. 노아는 학교를 다니며 공부한 영어실력과 본래 모범적인 성격 탓에 금방 돈을 축적하였고 가정을 꾸리며 살게 된다. 이전의 가족사는 주변인들에게 철저하게 숨겼으며 일본이름을 쓰며 평범한 일본인인 척 했다. 선자는 노아에게 미안하다는 말과 어쩔 수 없었다는 말을 쏟아내었다. 노아도 이해한다고는 하였으나 결국 자신도 파친코에 손을 댄것에 자조적인 말을 하며 야쿠자의 피가 흐른다고 말했다.
노아는 그날 밤 자살한다. 한수는 노아가 선자를 만나기를 원치 않을수도 생각하긴 했지만 선자를 위해 만나게 해주었다. 노아는 자신의 과거가 치욕스럽다고 생각한 것이고 결국 견디지 못한 것이다. 사람들은 현재 자신이 얼마나 행복한지 모를 때가 있는 것 같다. 시간이 지나 불행이 닥쳐야 비로소 그때가 좋았음을 깨닫고는 한다. 선자도 노아를 보지 못하지만 노아가 계속 돈을 보내주고 살아있다는 것만 알고있을 때 노아를 보지 못해 힘들다고만 생각했을 것이다. 노아가 자살했음을 알았을 때 못 봐도 좋으니 살아만 있어달라고 간절히 원할 뿐이다. 자기 전에 이 부분을 읽으며 무척 충격적이었다. 분명 노아는 어머니에게 일끝내고 가족을 보러간다고 하였는데 다음 문장에서는 자살했기 때문이다. 노아는 언제 자살을 결심했을까? 선자가 나타난 순간부터 결심하고 연기한 것일까, 아니면 시간이 지난 후 생각이 바뀐 것일까. 어쩌면 이전부터 이러한 순간을 예상하고 대비한 것일 수도 있다. 이렇게 까지 자신을 원망할 일인가 싶기도 하다. 어쨌든 노아의 가족들만 불쌍할 뿐이다.
모자수는 솔로몬을 잘 키우고 싶었다. 자신은 조선계 일본인으로 차별을 많이 받으며 살아왔지만 자식은 행복하게 키우고 싶은 것이 부모의 마음아니겠는가. 솔로몬은 미국에서 학교를 다니고 높은 학력을 얻게 된다. 하지만 조선에서 일본으로 건너와 자리를 잡고 사는 사람들을 칭하는 ‘자이니치’ 차별은 일본내에서 없어지지 않았다. 그들은 조선에서는 일본인 취급을 받고 일본에서는 조선인 취급을 받으며 어디서든 “특별 대우”를 받았다. 솔로몬은 무탈하게 좋은 학위를 취득하고 미국 금융 회사에 취업하며 “자이니치”들과는 다른 인생을 살았다. 그러던 중 회사는 땅을 안파는 조선인 할머니때문에 골머리를 앓는다. 상사는 솔로몬에게 도움을 청하고 솔로몬은 아버지 모자수와 고로 사장을 통해 할머니는 일본인한테는 땅을 안판다는 사정을 듣게 된다. 그래서 고로는 조선인이었기 때문에 땅을 샀고 똑같은 값에 회사에 팔아준다. 며칠이 지난 후 할머니는 돌아가시게 된다. 이를 빌미로 회사는 솔로몬에게 책임을 지우고 솔로몬을 잘라버린다. 솔로몬은 아버지를 의심하기도 했으나 회사가 자신을 잘 이용한 뒤 버렸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결국 솔로몬도 아버지의 파친코 사업을 이어받는다. 조금 다르게 살라고 그렇게 뒷바라지 해줬건만 결국 모두 파친코로 돌아오게 된다. 노아도 솔로몬도.
각자 사정이 있긴 하지만 시대적 차별을 극복할 수는 없다는 사실만 깨닫고 파친코로 돌아오고만다. 작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평범하게 풀어냄으로써 자이니치들의 차별을 잘 풀어낸 것 같다. 우리가 잘 아는 일제강점기의 이야기들은 배제하므로써 말하고자하는 주제를 더 명확하게 서술한것이 인상 깊다. 책의 결말은 선자가 이삭의 묘에서 과거를 돌아보고 집으로 돌아가며 끝난다. 좋은 결말도 아니고 슬픈 결말도 아니었다. 자신의 생각을 담기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강조하기 위한 결말인 것 같다. 2편은 여러 사건이 휘몰아치며 독후감도 정말 길어진 것 같다. 재밌는 소설이었다~
2024.4.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