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빌린 건 바야흐로 2주 전 쯤이었다. 도서관 봉사활동이 마무리되어가고 있을 때였다. 이달의 도서로 선정되고 나서 수지도서관에서는 2권은 그나마 대출을 할 수 있어도 1권은 대출이 거의 불가능 했다. 상현도서관 봉사활동 마지막 주를 나갔는데 마침 책이 있었다. 책이 조금 두꺼워서 읽기가 귀찮을거 같기도 했지만 휴학중이라 원체 시간이 많기도 하였고 전문 지식이 필요없는 소설이라 빠르게 읽을 수 있을 거 같아서 빌렸다. 봉사활동을 하면서 읽기도 하고 틈 날 때마다 재미있게 읽었다. 그냥 사람사는 이야기를 다룬 책이지만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두고있어 모든 전개가 흥미진진하다. 주인공인 선자가 태어나기 이전부터 이야기가 전개되고 선자를 둘러싼 많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선자의 아버지 훈이는 다리를 저는 장애인이다. 하지만 훈이는 어렸을 때부터 강하게 자라서 다리만 불편할 뿐 오히려 정신력은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뛰어난 사람이다. 훈이는 커서 양진이라는 여자와 중매를 통해 혼인을 하게 된다. 양진은 집안의 막내딸로 가난한 양진의 부모는 좋은 조건에 하루빨리 시집을 가기를 바랐다. 훈이네는 몇 번의 유산 끝에 건강한 여자아이 선자를 얻는다. 훈이는 선자를 지극정성으로 키웠고 살아가는데 필요한 산수나 여러 지식들을 선자에게 가르쳐주었다. 부산의 작은 섬 영도에서 훈이, 양진 그리고 선자는 단란한 가족을 이루었지만 이 시절은 오래가지 못했다. 다리가 좋지 않았던 훈이는 오래살지 못했고 이른 나이에 죽게 된다. 양진은 슬퍼할 틈도 없이 어린 딸 선자를 키우기 위해 하숙집을 운영한다. 선자도 어느새 16살이 되었고 일을 도우며 살아간다. 하숙집은 양진, 선자 그리고 고아 아이들 두 명이 운영했다. 일제강점기가 되자 물값은 점점 올랐지만 하숙비를 쉽게 올린 수 없었다. 하숙인들도 형편이 썩 좋지 못했기 때문이다. 훈이는 양진에게 하숙인들을 정성껏 대하라고 했고 양진도 성심성의껏 하숙집을 운영했다. 그래서 양진네 하숙집은 항상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선자는 여느 때와 다름 없이 시장에 장을 보러 나갔다. 참외와 국물을 낼 사골을 사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 일본인 학생들에게 시비가 걸린다. 학생들은 선자에게 거리낌없이 성희롱을 해댔고 선자는 덜컥 겁에 질렸다. 그때 백마 탄 왕자님 고한수씨께서 두둥탁 하고 등장한다. 고한수는 예전부터 선자를 지켜보고 있었던 인물이었다. 그는 근사한 정장을 입고 있었고 시장에서 중개업을 하는 사업가였다. 한수는 선자가 놀라지 않게 활짝 웃으며 일본어로는 쌍욕을 퍼부었다. 선자는 한수에게 고맙다는 인사도 마저하지 못하고 헤어지게 된다. 선자의 머릿속은 점점 한수로 가득차게 된다. 선자는 은근슬쩍 한수를 보러 시장을 나가게 되고 한수도 그런 선자를 찾고 있었다. 한수는 선자에게 빨래 데이트를 신청한다. 선자는 바닷가 앞에서 언니 두 명과 빨래를 하곤 했는데 선자는 한수와 데이트를 하려 혼자 빨래를 하겠다고 한다. 한수와 선자는 바닷가 앞에서 서로 사랑을 나눈다. 그때 하숙집에는 백이삭이라는 목사가 찾아온다. 사실 양진이 찾아냈다고 하는게 더 맞는 표현일지도 모른다. 이삭은 형 요셉이 오사카로 오라는 편지를 받고 잠시 하숙집에 들를려고 하였다. 형이 훈이와 친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삭은 건강이 썩 좋지 못했고 평양에서 부산까지 오던 중 부산 근처에서 쓰러졌고 양진이 발견하고 데려온 것이다. 이삭은 깔끔한 인상의 목사였다. 하숙집 사람들과도 잘 어울려 지냈다. 선자는 한창 한수와 사랑을 나누던 중 결국 사단이 나버렸다. 선자가 임신을 한 것이다. 선자는 한수에게 사실대로 고백했고 선자는 한수를 무척 좋아하고 있었다. 하지만 한수는 선자가 예상치 못한 말을 꺼낸다. 한수는 역시나 결혼을 한 사람이었다. 심지어 자식도 있었다. 쯧쯧 불쌍한 선자… 사람에게 마음을 너무 쉽게 준것이었다. 선자는 정신을 차리고 한수에게 근처에 얼씬도 하지말라고 엄포를 놔버린다. 한수는 자식이 있지만 선자에게 집과 돈을 지원해줄 것이라고 약속했지만 이미 선자의 마음은 닫힌 채였다.
선자의 마음은 한수를 사랑할 때보다 더 큰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된다. 아빠가 없는 이 자식을 어떻게 해야 할지, 어머니한테는 어떻게 말해야 할지 답이 나오지 않는 고민에 빠진다. 선자는 아버지를 그리워하며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다. 그때 이삭이 새로운 해결책을 제시하는데 자신과 결혼하자는 것이다. 이삭은 한창 병마와 싸워서 겨우 몸을 회복한 참이었다. 이삭은 양진으로부터 소식을 전해듣고 자신이 선자와 결혼을 하는 것은 어떻냐고 조심스레 물어본다. 양진도 선자가 혼자 아이를 키우는 것보다는 이삭의 도움을 받는 것이 훨씬 낫겠다고 생각한다. 선자도 이삭에게 고마워한다. 선자는 한수가 선물로 준 회중시계를 간직하고 이삭과 함께 오사카로 떠난다. 선자는 이삭에게 한수의 이야기는 따로 하지 않았고 이삭도 괜히 물어보지 않는다. 오사카에는 이삭의 형 요셉과 부인 경희라는 사람이 있었다. 경희는 아름다운 여자였고 요셉은 가부장적인 사람이었지만 누구보다고 가족을 챙기는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었다. 오사카의 한인들이 모여사는 동네에서 선자는 요셉의 가족과 함께 살았는데 동네가 무척 험했다. 도둑질이 잦았고 일본 경찰들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선자는 그곳에서 한수의 자식 노아를 나았고 노아는 자신의 아버지가 이삭이라고 굳게 믿고 자랐다. 하지만 노아는 분명 한수를 닮아있었다. 선자는 이삭의 아이도 낳았다. 이름은 모자수이고 노아와는 성격이 달랐다. 노아는 일본아이들에게 무시를 받으며 학교를 다니면서도 전교 1등을 하는 그런 모범적인 아이었고 모자수는 학교다니기를 싫어하고 조금 껄렁껄렁한 구석이있는 아이었다. 이삭은 목사일을 하던 중 독립운동에 휘말리게 되고 경찰서에 갇힌다. 책에서는 경찰서의 일보단 이삭이 경찰서에 갇힌 뒤 가족들의 모습을 중점적으로 묘사한다. 아마 대부분 독자들이 추리가능한 부분이어서 설명하지 않은 것같다. 선자와 경희는 오사카역 근처 가게에 취직하였고 이상하리만큼 대우를 잘 받았다. 물론 선자와 경희가 음식을 잘하는 탓도 있겠지만 일제강점기라는 배경을 생각하면 무척 좋은 대우를 받으며 일했다. 봉급도 넉넉했으며 가끔은 고기를 챙겨가게도 해주었다. 어느날 노아는 학교에서 집에 오던 중 집앞에 쓰러진 남루한 남자를 발견한다. 온 몸은 상처로 뒤덮여있었고 노아는 자신의 아빠인 것도 남자가 말해주기 전까진 알아채지 못했다. 선자는 이삭을 지극정성으로 간호했지만 결국 이삭은 죽고만다.
선자가 마음을 정리하기도 전에 가게에 한수가 나타난다. 역시 한수는 선자를 잊지 못했다. 그런걸 보면 선자는 정말 예쁜 사람인가보다. 남자가 끊임없이 나타나서 위기탈출 넘버원을 시전한다. 역시 선자가 편하게 일한데에는 한수의 도움이 있었다. 가게는 한수의 것이었고 한수는 오사카에 선자가 나타났을 때부터 줄곳 지켜보고 있었다. 한수는 선자에게 곧 오사카가 불바다가 될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이제 곧 전쟁이 끝나고 일본은 패망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리고는 요셉과 함께 일본의 시골로 가자고 말한다. 선자는 당연히 요셉이 뭔 개소리냐 라고 할께 뻔하지만 한수의 말을 들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요셉네 식구들과 가게 사장 창호도 한수의 도움을 받아 일본의 한적한 시골로 도피한다. 요셉네는 시골의 한 농장을 운영하는 사람의 일을 도우며 잠자리를 얻었다. 그 사람은 한수에게 빚을 진 사람이라 한수의 말을 따를 수 밖에 없었지만 안그래도 일꾼이 없던 참에 일꾼이 생겨 오히려 좋아하고 있었다. 요셉은 다른 지역에서 일을 하다가 전신화상을 입어 드러 눕게 되었다. 경희는 그런 남편이 안쓰러웠지만 한편으로는 남편의 화가 날이 갈수록 더해지자 견디기 힘들었다. 그런 경희를 창호는 좋아하고 있었다. 선자와 이삭의 아들 노아가 갑자기 일본 친구와 친해지며 1편은 끝난다.
끊임없이 이야기가 몰아쳐서 어떤 것을 쓰고 생략할지 고민이 많았다. 책을 다시 찾아보며 독후감을 쓰지 않았기 때문에 사소한 왜곡이 있을 것 같다. 마치 한편의 영화를 본듯하다. 기승전결이 계속 반복되었고 조금 느슨해질 때면 큰 사건이 터졌다. 하지만 이게 정말 일제강점기 사람들의 일상이었다는게 놀라울 따름이다. 아무튼 2편에서 모자수의 이야기와 경희와 창호의 러브스토리가 궁금해진다.
2024.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