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랜만에 소설을 잡았다. 종종 인공지능 관련 기술 책들을 사서 읽었지만 소설 책은 언제 읽었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휴학을 알차게 사용하기 위해 추진한 몇 가지 프로젝트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독서이다. 어떤 책을 읽을 지 고민하던 중에 우선 필수적으로 갖춰야 할 교양을 얻을 수 있는 책을 고르기로 다짐하였다. 평소 여기저기서 많이 들리고 나도 궁금했던 책인 조지 오웰의 1984를 도서관에서 빌렸다. 400pg 조금 안되는 분량인데 거의 읽는데 한 달 넘게 걸렸다. 자기 전에 꼼꼼히 보다가도 몇 주 동안은 읽지 않기도 하고 책을 읽으면서 중간 중간 딴 짓을 하기도 하고 집중력이 많이 흐트려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여튼 다 읽었으니 은근히 뿌듯하다.
이 소설은 1984년대 오세아니아의 디스토피아 사회를 배경으로 빅 브라더 통치자 하에 살아가는 무기력한 사회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신어”, “이중 사고”, “빅 브라더”, “텔레스크린”은 소설 속 사회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키워드이다. 빅 브라더는 이 사회의 추상적인 독재자이다. 실재하는 지, 사람인지 로봇인지도 알 수 없지만 오세아니아 곳곳에 숨겨져 모든 사람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한다. 이것을 기술적으로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 텔레스크린인데 집집마다 존재하며 오늘날의 TV와 비슷하다. 물품 생산량, 전쟁 현황을 알려주며 사람들을 세뇌시키는 기능을 하기도 하고 사람들의 행동을 감시하기도 하는 사회를 유지시켜주는 기술적 토대 역할을 한다. 텔레스크린이 기술적 토대라면 신어는 정신적인 토대를 만들어 준다. 언어는 간단한 의사소통 도구가 아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생각도 언어를 사용해서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언어에는 사람의 정신을 지배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신어는 인간의 사고 범위를 한정, 축소시키고 진실과 허위를 구분할 수 없도록 만든다. 예를 들어 free라는 단어는 “무료의”, “없는” 의 뜻만 남기도 “자유로운”이라는 의미 자체를 제거하거나 “빠른”, “느린”과 같은 반의어 관계에 있는 단어는 부정 표현을 통해 표현 가능하므로 단어 자체를 없애버리는 등의 조치를 취한다. 그 결과 사람들은 사회에 반하는 생각조차 못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언어를 기억할 수도 있지 않나? 라고 의문을 품을 수도 있는데 이는 “이중 사고”라는 과정을 통해 해결한다. 이중 사고란 과거의 기록을 날조했다는 사실을 곧 잊고 그 날조된 허위 사실을 진실로 믿는 심리 작용을 말한다. 심지어 자신이 바꾸어 생각한다는 사실마저도 망각하게 함으로써 당은 모든 과거 사실을 통제할 수 있게 된다. 오세아니아는 전쟁 중인데 필요할 때마다 전쟁 상대를 유라시아와 동아시아 중에서 바꾼다. 전쟁 상대가 갑자기 바뀌면 당연히 엉뚱한 것이고 의문을 품는 것이 당연한 일인다. 이중 사고는 이것을 자연스럽게 해준다.
주인공 윈스턴은 이러한 사회 체제에서 당에게 오류가 될 만한 과거 기록들을 수정하는 일을 한다. 작게는 과거의 지표들을 수정하기도 하고 크게는 당이 사람을 제거하기 위해 그와 관련된 기록을 수정하거나 전쟁의 역사를 바꾸는 일도 한다. 그는 일기를 통해 여러 의문들을 기록하며 동시에 이러한 생각을 가지는 일조차 반역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는 인생을 바꿀만한 두 인물을 만난다. 첫번째 인물은 오브라이언이라는 당원이다. 2분 증오를 하다가 만났는데 사실 만났다고 하기엔 미심쩍은 눈빛을 교환한 것이 다이다. 이 눈빛 교환을 통해 윈스턴은 오브라이언도 당에 대해 반대하는 뜻을 품고있다고 믿게 된다. 두 번째 인물은 줄리아이다. 그녀는 오브라이언과는 반대로 첫인상이 좋지 않았다. 그는 그녀가 사상경찰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고 마지막까지도 그를 잡으러 온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단지 그를 좋아하고 있어서 쫓아다녔던 것 뿐이었고 서로 사랑에 빠진다. 당연히 사회는 사랑은 금지되어 있었다. 심지어 윈스턴은 부인이 있었지만 부인은 충실한 당의 하수인이었고 줄리아는 당에 대해 얽매여 생각하지 않는 자유로운 사람이라 당연하게도 줄리아에게 빠질 수 밖에 없었다. 둘은 서로의 아지트를 만들고 사랑을 나눈다. 아지트는 텔레스크린이 없는 곳이었고 중심가에서는 멀리 떨어진 곳이었다. 윈스턴은 그러던 와중에 자신은 이미 죽어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빅 브라더에 대항하는 골드 스타인이 이끄는 비밀 조직 형제단에 둘은 가입하기로 마음먹는다. 윈스턴은 오브라이언의 집에 초대를 받았고 타인의 집에 가는 것이 드물고 이상하게 여겨지던 당시에 초대를 받았다는 것은 분명 뜻이 있다고 추측한 윈스턴은 의심을 한켠에 하면서도 오브라이언의 집에 도착하게 된다. 역시나 오브라이언은 형제단에 대해 알려주면서 서약을 하고 형제단에 가입시켜준다. 하지만 오브라이언은 당의 사상경찰이었고 줄리아와 윈스턴의 아지트를 습격하여 체포해버린다. 어쩐지 일이 술술 풀린다더니;; 101호에 갇혀서 윈스턴은 오브라이언에게 고문과 심문을 받으며 점차 쇠약해져갔다. 오브라이언은 윈스턴의 머릿속을 완전히 개조하려 하였다. 윈스턴은 따박따박 반박을 하며 버텼지만 오브라이언은 윈스턴의 머리 꼭대기에 앉아있는 것처럼 모든 반박을 예상하며 반론하고 심지어 반론 자체를 예상하기도 하였다. 최후에는 윈스턴이 가장 두려워하였던 쥐를 풀어놓겠다고 협박을 하였고 마지막까지 지키고 싶어했던 줄리아에 대한 사랑까지 앗아가버린다. 윈스턴은 101호에서 풀려났다. 그는 결국 오브라이언이 예언한대로 완전히 개조되었다. 줄리아와 만났지만 서로 배신한 것을 알고 있었고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 것 또한 알고 있었다. 윈스턴은 빅 브라더에 대한 사랑을 외치며 사살당한다.
내가 가장 인상깊게 생각했던 것은 인간을 수정하는 부분이었다. 그들은 언어, 교육, 감시 등 다양한 장치를 통해 인간의 영혼을 모조리 제거하고 기계의 부품으로 탈바꿈 시킨다. 당은 원하는 대로 사실을 만들고 제거한다. 처음에는 당연히 불가능한 이야기라고 생각했지만 어쩌면 스마트폰, SNS, 메신저 등등이 이미 우리를 개조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2024.3.2